원본보기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들의 발언을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해 11월 대한항공으로부터 정가 160여만원 상당의 호텔 숙박권과 서비스를 제공받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작년에는 역시 대한항공 쪽과 김 원내대표 보좌진 사이에 며느리와 손자, 부인의 특혜성 의전을 논의한 정황도 나왔다. 국정감사를 앞둔 지난 9월에는 당시 주요 피감기관으로 꼽히던 쿠팡 대표와 최고급 호텔에서 만나 오찬을 대접받은 일도 있다. 크고 작은 의혹과 구설이 그치지 않는다. 이래서야 중차대한 개혁 입법을 이끄는 여당 원내사령탑으로서 도덕적 권위가 설지 의문이다.
김 원내대표는 숙박권 제공에 대해 처음에는 “특정 상임위의 여야 다른 의원실처럼 숙박권이 보좌 직원에게 전달돼 보좌진과 함께 사용했다”고 했다. 국토교통위원회 관행이며 보좌진도 함께 혜택을 누린 것처럼 해명한 것이다. 그러나 당장 국토위에서 함께 활동했던 다른 의원실에서 “김영란법 이후로 숙박권이 오간다는 게 말이 안 되는 일”이라는 반박이 나왔다. 전직 보좌진도 “초대권으로 보좌진이 호텔을 이용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자 김 원내대표는 이번엔 대한항공이 호텔로부터 구매한 숙박권 가격이 애초 보도된 가격의 절반에 못 미치는 1박 34만원이라고 해명하고 나섰다. 구차하다.
이는 100만원 넘는 금품 수수를 금지한 청탁금지법을 의식해서일 것이다. 그러나 청탁금지법은 직무 관련성이 있으면 액수에 상관없이 금품 수수 자체를 원천 금지하는 조항도 있다. 김 원내대표는 숙박권을 받고 사용하는 사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와 정무위원회 소속으로 대한항공 관련 현안을 다뤘다. 시민단체가 김 원내대표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기로 한 만큼, 이제 경찰이 엄정한 수사로 진상을 밝혀야 한다. 김 원내대표는 이 의혹에 관한 기자들 질문에 “상처에 소금 뿌리고 싶냐” “맞아요, 됐어요” 등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겸허히 해명하긴커녕 이 무슨 오만방자한 태도인가. 오히려 자신이 피해자인 양 행동한다.
김건희씨 등 권력층의 부패·비리에 온 국민이 분노한 게 불과 얼마 전이다. 정권을 잡은 지 얼마나 됐다고 여당 원내대표가 부적절한 의혹에 휩싸인 모습을 보며 실망하는 국민들을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이제라도 당사자로서 깊이 성찰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주기 바란다. 민주당도 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대처해야 한다.